top of page

[이변의 이견2] 대법원 2020. 2. 26. 선고 2019다270217 판결

작성자 사진: 변호사 이승훈변호사 이승훈

최종 수정일: 2022년 9월 6일



(영업양도인의 보증인이 상법 제42조 제1항을 들어 상호속용양수인에게 보증채무 이행에 따른 구상금 또는 대위변제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각 청구를 모두 배척한 사례에 대한 일부 이견)

1. 사실관계

A는 자신의 영업과 관련하여 B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원고는 위 A의 B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의 이행을 보증했다. 이후 A는 피고에게 자신의 영업을 양도하였고, 피고는 A가 사용하던 상호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후 B은행은 A가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않자 보증인인 원고에게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고, 원고는 A를 위하여 이를 변제하였다.

2. 적용법조 및 원고의 주장

상법 제42조 제1항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속용)하는 경우에는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민법 제481조, 제482조는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로써 자기의 권리에 의하여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채권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비추어 원고는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A의 상호를 속용하고 있는 영업양수인인 피고에게 원고의 대위변제에 의한 ① 원고의 A에 대한 구상금채권이나, ② 원고가 B은행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B은행의 A에 대한 본래의 채권(대위변제금)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원고의 구상금 청구에 대하여는 원고의 양도인 A에 대한 구상금 채권이 이 사건 영업양도계약 당시 아직 발생하지 않았었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으나, ② 대위변제금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는 보증인으로서 A의 채무를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으므로 본래 채권자인 B은행을 대위할 법정대위권을 취득하고, 위 대위권에 기하여 대위할 채권은 종래 채권자인 B은행이 A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 그 자체이므로, 이 사건 영업양도 당시 이미 발생한 것이어서, 피고는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으로서 대위변제금 채무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 인용하였다.

4.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① 원심이 원고의 구상금 청구를 기각한 결론에 대하여는, 상법 제42조 제1항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영업자금과 관련한 피보증인의 지위까지 승계하도록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영업양수인이 위 규정에 따라 책임지는 제3자의 채권은 그 당시까지 발생한 것이어야 하는 것이지 영업양도 당시로 보아 가까운 장래에 발생될 것이 확실한 채권이라고 하여 이를 포함할 수는 없다는 논지로 수긍하였으나, ② 원심이 원고의 대위변제금 청구를 인용한 결론에 대하여는,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변제자대위는 변제자가 가지는 구상권의 범위로 한정되는데, (위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지지 못하는 이상, 구상권의 효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변제자대위는 허용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B은행의 피고에 대한 원채권을 대위행사 할 수도 없다는 논지로 부정하였다.

5. 검토

가. 상호속용양수인의 책임에 대하여

상호속용양수인의 책임을 규정한 상법 제42조 제1항은 영업을 양수한 자가 양도인의 종전 상호를 계속 사용할 경우 상호속용양수인이 양도인이 영업과 관련하여 부담하던 채무를 (같은법 제45조에 따라 양수이후 2년간은 양도인과 중첩적으로, 그 이후에는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강제한 규정이다.

위 상법 제42조 제1항이 상정한 사실관계에 해당되면 3개의 주체, 즉 상호속용양수인, 양도인, 양도인의 채권자는 일반적인 법률관계에 비해 다음과 같이 각 크게 불리해지거나 유리해진다. 먼저 상호속용양수인은 양도인의 채권자와 일체 계약관계를 형성한 사실이 없고, 양도인의 관련채무를 인수하기로 한 사실도 없으며, 이에 양도인과 양도인의 채권자 간의 법률관계로 인한 이익을 향수하거나 달리 관련 채무상당의 불이익을 양수의 반대급부산정에 반영한 사정이 전혀 없는 경우라도, 일정 사실관계(영업양수 및 상호속용)를 구비한 법률효과로서 양도인의 채무를 그대로 떠안게 되는데, 이는 채무의 귀속주체가 당사자의 의사나 인식과는 관계없이 법률규정에 의하여 강제로 변경되는 대표적인 모습으로, 비슷한 경우로는 임차주택이나 임차상가건물의 양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당연승계함으로서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의무 등 채무가 인수되는 경우(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등을 들 수 있겠으나, 상호속용양수인에게는 임차주택 등의 양수인과 달리, 영업양수 당시 인수될 채무의 존부나 범위에 대한 인식가능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으므로 훨씬 불리 내지 불안하다. 반면 양도인은 양도 이전 자신의 영업과 관련하여 채권자와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맺어 관련이익을 향수하였을 것임에도 영업을 양도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책임이 일단 완화될 뿐 아니라 양도 이후 2년이 도과하기만 하면 채무가 아예 소멸한다는 점에서, 양도인의 채권자는 채무자의 영업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할 경우 사해행위취소를 통해 책임재산을 회복시킨 다음 집행할 수 있음에도 그와 같은 권리는 그대로 보유한 채 보다 간편하고도 강력한 인적담보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유리해진다.

위 상법 제42조 제1항의 규정 자체에 대하여는, 물론 영업재산의 존속이나 영업일체를 상호 단위로 인식하여 일단의 법인유사 인격체로 신뢰한 채권자의 보호필요성은 단연 존중되어야 하겠으나, 그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인 위 규정이 선의·무과실인 상호속용양수인에게 부과할 수 있는 무한책임의 크기는 위 보호필요성의 정도에 비해 가히 압도적이어서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나. 재판실무에서 상호속용양수인이 구제되는 모습 등

이에 상법 제42조 제1항의 존속이나 적용범위의 조정에 관한 입법론적 논의가 있으며, 재판실무적으로는 판례원칙으로 위 조항의 법률요건을 엄격하게 확립하여 온 결과로 구체적 사안에서 “문제된 영업양도계약은 ‘상법상’ 영업양도가 아니었다” 거나 “문제된 채무는 ‘양도인의 영업과 관련된’ 채무가 아니었다” 거나 “위 규정은 영업임대차 등 여타의 법률관계에 확대 내지 유추적용 할 수 없다” 는 등의 이유로 단순적용이 배제되어 사실상 선의·무과실인 상호속용양수인이 구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 대상판결이 상호속용양수인을 구제한 결론에 이른 법이론적 논거

대상판결 역시 결과적으로 양도인 A의 대출금채무 존재사실이나 그에 대한 원고의 보증사실에 대하여 선의·무과실이었을 상호속용양수인인 피고를 구제한 사례로서, 상법 제42조 제1항이 적용되는 채무의 요건 중 채무의 발생시점(반드시 영영양도 이전에 확정적으로 발생하여 있어야 함) 및 인수 내지 승계되는 채무 내지 지위의 범위(상호속용양수인이 피보증인의 지위까지 승계하는 것은 아님)에 관하여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새로이 판시한 바, 위 기준들은 앞으로의 재판실무에서도 선의·무과실인 상호속용양수인을 구제하는 결론에 이를 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상판결은 원고의 청구원인을 구성하는 법률상 쟁점으로서 변제자대위의 각 목적과 의의 및 보증인의 구상권과의 관계 역시 구체적으로 설시하여 이를 원고의 대위변제금청구 부분을 부정한 결론의 주 논거로 취급하였다. 위 관련부분을 다시금 풀어보자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변제자대위권은 대위변제자의 구상권을 확보하기 위한 권리로서 당연히 구상권의 한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데, 그 ‘한도’의 의미에는, 변제자가 대위행사 할 수 있는 권리의 크기가 변제를 완료한 부분의 비율에 연동되는 구상권의 크기로 한정된다는 점 뿐 아니라, 그 권리를 대위행사 할 수 있는 상대방의 범위 역시 (대위행사 할 권리의 본래주체인 채권자의 입장이 아니라) 변제자가 구상권을 가지는 상대방의 범위로 한정된다는 점이 단연 포함된다는 전제에서, 보증인이 영업양도 당시에는 피보증인인 양도인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가지지 못하여 상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더라도 상호속용양수인에게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이상, 결국 상호속용양수인에게는 구상권을 가지지 못한 것이므로, 대위변제금 청구도 할 수 없다는 논지이다. 대법원은 위 설시로써 대위변제권의 담보적 성격과 당해권리의 발생에 전제되는 구상권과의 일체성에 관한 원칙을 한층 견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라. 이 사건의 다수당사자 채권·채무관계에 비추어 본 대상판결의 의문점

(1) 서설

대상판결이 상법 제42조 제1항의 법률요건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새로이 설시한 부분이나 사실적으로 선의·무과실인 상호속용양수인을 법이론적 논거로써 구제한 결론에 대하여는 일견 찬동하는 입장이며 구체적인 당부당을 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 사실관계에 등장하는 각 채권·채무 주체들 간 법률관계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고찰해보면 대상판결이 대위변제금청구 부분과 관련하여 설시한 위 논리전개에는 아래와 같은 의문이 남는다.

(2) 이 사건 다수당사자 채권·채무관계의 정리

이 사안에서 B은행은 양도인 A의 영업에 관련한 소비대차계약상의 채권자이고, 원고는 A의 위 주계약상 채무를 보증한 보증인이다. 이후 피고는 양도인 A의 영업을 양수한 다음 상호를 속용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상법 제42조 제1항에 의거 A의 B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고 이때 A와는 (양수 이후 2년 동안) 부진정연대채무관계(대구지방법원 2012. 6. 29 선고 2012나4174 판결 참조)가 된다.

그렇다면 위 영업양수도 이후 관련 법률관계는 채권자 B와 수인의 부진정연대채무자 A · 피고, 그리고 수인의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인 A의 보증인 원고로 이루어진 다수당사자 채권·채무관계인 것이다.

위 법률관계의 형성은, 상법 제42조 제1항이, 원·피고의 관계를 직접 변동시킨 결과가 아니라, 채권자 B · 영업에 관련된 소비대차계약상 주채무자이자 (영업)양도인 A · 상호속용양수인 피고 간의 관계를 변동시킨 효과이다.

(3) 수인의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의 보증인이 변제한 경우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가지는 구상권에 관한 법리 및 이 사건의 경우

그런데 수인의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을 위하여 보증인이 된 자는 피보증인을 위하여 그 채무를 변제한 경우 민법 제447조의 유추적용에 의거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 그 부담부분에 한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다37530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다수당사자 채권·채무관계에서 수인의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인 A를 위하여 보증인이 된 원고가 피보증인 A를 위하여 채무를 변제한 경우, (원고의 A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상법 제42조 제1항을 들어 피고에게 청구할 수는 없더라도)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민법 제447조에 의거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구상권의 한도 내에서 민법 제481조, 제482조에 의한 대위변제권도 행사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위와 같은 논지가 대상판결이 설시한 대위변제권과 구상권의 관계에 관한 일반론적 원칙에 저촉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위 필자의 견해를 채택한 경우라도, 상법 제42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 상호속용양수인이 양도인과의 내부적 관계에서 부담하는 부담부분의 비율은 어떠한지(상법 제42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례에서 양도인과 상호속용양수인 내부적 부담비율에 관한 판례의 존재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이 경우 구체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상호속용양수인의 내부적 부담부분을 0%로 인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여하에 따라 원고의 청구 일부 내지 전부를 기각할 수 있을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영향이 없을 여지가 있다.

마. 결어

위와 같이 대상판결이 채권자와 수인의 부진정연대채무자 및 그 중 1인인 보증인으로 이루어진 다수당사자 채권·채무관계인 사실관계에서, 변제를 완료한 보증인이 피보증인에 대하여 가지는 구상권을 상호속용양수인의 책임과 관련하여 타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에 몰두한 채 위와 같은 다수당사자 채권·채무관계의 존재 내지 인정여부 그 자체나 그 경우 변제를 완료한 보증인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가지는 구상권에 관한 판례원칙을 각 간과하거나 무시한 것과 같은 논리전개를 채택한 이유 내지 경위는 의문으로 남는다. 다만 대상판결의 관련 설시사항은 변론주의에 따라 한정된 심판범위에 한정된 판단의 결과일 터, (필자의 견해를 채택하더라도) 반드시 부당하거나 오류인 판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2020. 7. 27.

변호사 이승훈 작성

언론공개된 판결문에 대한 변호사 이승훈 평석 내지 개인적 소견입니다. 위 글을 작성자의 허락 없이 복사·보관·게시 또는 유포할 수 없습니다. 위 글에 대한 의견 내지 평가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조회수 468회댓글 0개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