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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변호사 이승훈

[이변의 이견3] 울산지방법원 2021. 6. 1. 선고 2020나12219 판결

최종 수정일: 2021년 8월 5일


(부동산 매매 가계약 관계에서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정한 해약금계약의 체결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의 본 계약 체결 거절에 대한 원고의 해약금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는 배척한 사례에 대한 이견)

1. 인정된 사실관계

1) 피고는 공인중개사 A에게 그 소유인 아파트 매매의 중개를 의뢰하였고, A는 매수의사를 밝힌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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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생략)

매매대금: 4억 5천만 원

- 현시설물 상태의 계약임

- 계약금 일부 2019-09-16(500만 원) 아래 계좌로 입금하기로 함

- 매도인 계좌번호 : (생략)

- 계약서 작성시 계약금 10% 입금

- 잔금일(12월 중순, 상호협의)하기로 한다.

이 계약을 진행합니다. 계약금의 일부도 계약금과 같은 효력을 지니므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매도인은 계약금 일부의 2배, 매수인은 계약금 일부 포기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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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후 원고는 위 문자메시지를 받은 날 피고의 계좌로 500만원을 송금하였다.

3) 그러나 피고는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한 날, 원고에게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후 원고에게 기 수령한 500만원에 200만원을 더한 700만원을 송금하였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당사자들이 이 사건 아파트 매매계약의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인이 가계약을 파기할 경우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기로 약정했는데, 피고는 이 사건 가계약을 파기하면서 가계약금의 배액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700만원만을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미지급액 300만원이 마저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 대상판결의 판단 요지

대상판결은, 일정한 금액을 상대방에게 지급함으로써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한 해약금계약과 채무불이행의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할 것을 정한 위약금계약은 서로 별개의 성질을 띠는 계약인 점, 수수된 가계약이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고 나아가 그 가계약금이 위약금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보려면 별도의 위약금계약의 체결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 점 등의 법리를 설시한 다음,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500만원은 이른바 가계약금으로 그것이 당연히 위약금이나 해약금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수수 이전 원고가 전송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 비추어 당사자들 사이에 위 금액을 해약금으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기는 하나, 당사자들이 위 해약금을 위약금으로 정한 별도의 위약금약정을 체결하였다거나 위 해약금약정을 위약금약정으로 간주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4. 검토

가. 부동산 매매에 있어 ‘가계약’의 모습과 ‘가계약금’의 성질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부동산 매매의 관행 중에는 이른바 ‘가계약’이라고 부르는 법률행위의 모습이 있다.

그 구체적 태양은 개별적으로 상이하겠으나, 기본적으로 매수인과 매도인이 계약체결일이나 대금 등 본 계약의 내용 중 일부에 관한 의사만을 교환한 상태에서 매수인은 본 계약 시 지급될 계약금 중 일부를 ‘가계약금’의 명목으로 지급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령함으로서 상호 전속적으로 본 계약의 체결의무를 부담키로 한 계약으로 이해된다.

위와 같은 법률행위는 그 자체로 재산권을 이전하고 대가를 지급키로 하는 매매계약으로 보기는 어렵고, 일방의 의사표시로서 곧바로 계약이 성립될 것을 예정한 일방의 매매예약도 아니다. 다만 당사자들은 가계약으로써 상호 자신에게 ‘미리 정한 내용에 부합하는 본 계약의 성립을 위하여 필요한 작위’의 ‘이행’을 ‘요구할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가계약금에 관한 각종의 분쟁은 가계약금이 수수되었음에도 본 계약 체결이 무산된 때 발생한다. 그런데 민법을 비롯한 우리법제는 가계약금이 수수되는 법률행위를 상정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가계약금은 통상 이렇다 할 처분문서 없이 단순 거동으로서만 수수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법원은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하여 당 사안에서 수수된 가계약금의 법적 성질을 구체적 · 개별적으로 규정한 다음 쌍방의 주장을 판단하게 된다.

상정할 수 있는 가계약금의 성질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첫째 단순한 증거금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가계약금은 매수희망자의 본 계약 체결의사 내지 청약의사가 일응 진정한 것이라는 점을 소명하는 기능에 그치는 것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본 계약 체결이 무산되면 수령자가 보유한 가계약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금이 되어 교부자에게 반환되어야 할 뿐이다.

둘째 해약금으로 볼 수도 있다. 이 경우 매매계약을 비롯한 유상계약의 체결 당시 계약금 등의 금전이 교부된 경우 적용되는 민법 제565조 소정의 ‘해약금계약’과 동일 · 유사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취급될 것으로, 당사자 일방은 상호 이행착수 이전까지 상대방에게 교부된 가계약금 상당액을 귀속시킴(교부자는 기 교부한 금원을 포기, 수령자는 수령한 금원의 배액을 상환)으로서 가계약을 해제하고 그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위약금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 경우 어느 일방이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하거나 기타 계약파탄의 원인이 될 귀책을 범해 그로 인하여 본 계약의 체결이 무산될 경우 그는 상대방에게 기 수수된 가계약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의 예정액 혹은 위약벌로서 귀속시켜야 할 것이다.

나. 문제의 소재

대상판결의 핵심적 쟁점은, 성립된 부동산 매매 가계약 관계에서 수수된 가계약금이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한 일방이 상대방에게 귀속시켜야 할 위약금으로서의 성질도 함께 가지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는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정한 부동산 매매 가계약 관계에서 어느 일방이 해약금계약에서 정한 요건을 구비하여 해약금 해제에 이르지는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본 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경우 그 검토실익이 있다.

가령 대상판결의 인정사실과 같이 상호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정했음에도 매도인이 수령금의 배액을 상환하지 않은 채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한 경우를 상정해보면, 매도인은 해약금계약에서 정한 요건(기 수령한 가계약금의 배액상환)을 구비하지 못한 것이므로 해약금 해제를 한 것은 아니고 따라서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그 가계약이 곧바로 해제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때 위약금 성질 병존 긍정설을 취할 경우 본 계약 체결을 거절당한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가계약 존속을 주장하며 본 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것 외에도 스스로 매도인의 이행거절을 원인으로 가계약을 해제하고 기 교부한 가계약금의 반환에 더하여 그 금원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함으로서 마치 해약금 해제가 이루어진 것과 동일한 결과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설을 취할 경우에는 가계약금의 반환 외 달리 동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는 없다고 보게 되어 해약금 해제를 당하였을 경우에 비해 불리한 지위가 강제된다.

다. 유사 판결례의 태도 및 대상판결의 의미

가계약금에 관련된 다수 판결례는 명시적인 해약금계약의 체결사실 없이 단순 거동으로만 가계약금이 수수된 사안에 대한 것이 대부분으로, 대체로 수령자는 본 계약 체결 무산의 귀책이 교부자에게 있더라도 가계약금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교부자에게 반환하여야 하고(광주지방법원 2019. 11. 15. 선고 2019나55292 판결, 울산지방법원 2017. 6. 28. 선고 2017나20531 판결, 부산지방법원 2019. 11. 13. 선고 2019나2695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9. 11. 27. 선고 2019가단73198 판결 등 참조), 교부자는 그 귀책이 수령자에게 있더라도 가계약금을 초과하는 금원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하여(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7. 4. 선고 2018가단235586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7. 2. 선고 2019가단19690 판결 등 참조), 명시적인 해약금계약 없이 수수된 가계약금은 단순 증거금 기타 금전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외적인 판결례로서 명시적인 해약금 약정이 없더라도, 매수인이 가계약금을 교부한 다음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한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이 부담하는 법률적 지위의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가 있는데(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 12. 11 선고 2018가소21928 판결 참조), 이는 사실상 수수된 가계약금 상당액을 매도인을 위한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 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위 판결례들의 사안과는 달리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정한 해약금계약의 체결사실은 인정했다는 점이 특징인데, 그럼에도 그것만으로는 당사자들에게 그 해약금을 위약금으로 정한다는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라. 반대의견

(1) 해약금계약의 체결사실을 인정한 부분

대상판결이 당사자 간 ‘해약금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판단한 이유는 매수인인 원고가 매도인인 피고에게 가계약금을 송금하기 전 중개인 A로부터 “계약금의 일부도 계약금과 같은 효력을 지니므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매도인은 계약금 일부의 2배, 매수인은 계약금 일부 포기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은 당사자 간 위 문언에 의한 의사가 합치되었다는 전제에 있고, 달리 위 문언 그대로가 피고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던가, 피고가 위 문언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던가 하는 등의 반대 사정은 판시사항에 드러나 있지 않으므로 상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검토에서 당사자 간 가계약금 500만원 상당액을 해약금으로 정한 해약금계약은 체결된 것으로 전제하고, 이 부분 판단에 대한 의견은 없다.

(2) 해약금의 위약금으로서의 성질을 인정하지 아니한 부분

① 판시논지가 해약금계약 체결당시 당사자의사에 부합하는지 여부

아래의 순차적 사고에 따를 때, 위 해약금계약의 체결사실은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결론적으로 당해 금원이 일방의 본 계약 체결 거절 시를 대비한 위약금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 대상판결의 논지는 부동산 매매 가계약상 의무의 특성 등을 간과하여 당사자들의 해약금계약 체결 당시의 의사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1) 부동산 매매 가계약 상 쌍방의 의무는 ‘미리 정한 내용에 부합하는 본 계약의 성립을 위하여 필요한 작위를 이행할 의무’라고 볼 수 있을 터인데, 동 의무는 달리 그 이행을 강제하거나 이행이 완료된 상태를 구현할 수 있는 적법한 수단을 상정하기 어려운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어느 일방의 이행거절은 그것이 명시적이든 부작위에 의한 것이든 그 자체로 그 가계약의 주된 목적의 달성불능 상태를 야기한다.

2) 계약의 내용을 확정하기 위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데(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6601 판결 등 참조),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더라도 당사자들이 상호 특정한 내용의 의무를 부담하기로 한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그러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과 동일한 결과를 의욕 하였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통정하여 허위표시를 하였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3) 당사자들이 부동산 매매에 관한 본 계약을 예정하면서 계약금의 일부를 가계약금으로 수수하고 상호 본 계약 체결의무를 부담키로 하는 가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교부자는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해약금계약을 함께 체결하였음에도, 어느 일방이 그 해약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지 않은 채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한 경우, 위 일방의 거동은 해약금 해제가 아니어서 그로써 법률상 해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위와 같이 상대방이 그 이행을 구하거나 강제할 수단이 없어 그 자체로 사실상 가계약의 주된 목적의 달성불능 상태가 야기된 결과를 초래한다. 이때 사실상 계약을 파기당한 상대방이 해약금으로 약정한 금원을 파기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면, 그 상대방은 파기자에게 본 계약 체결을 위한 작위를 강제할 수도, 해약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도 없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위 해약금계약은 (해약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고 해약금 해제를 할 것인지 아니면 그에 의하지 않은 채 단순히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일방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형해화 될 소지가 있는 원시적으로 무용한 법률행위로 평가된다. 그런데 합리적인 사회평균인들이 해약금계약을 체결하면서 위와 같이 그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과 동일한 결과를 상호 의욕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4) 부동산 매매 가계약 관계의 매수인이 매도인과 해약금계약을 체결한 상태임에도, 해약금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채 단순히 본 계약 체결에 나아오지 않아 계약이 파기된 경우를 상정하여 볼 때, 대상판결의 판시논지를 따를 경우 가계약금에는 위와 같은 경우를 상정한 위약금의 성질도 부존재하므로 매도인은 가계약금을 매수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만약 그러한 결론을 회피하려면 해약금계약은 (매도인은 수령한 가계약금을 배액배상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으나 매수인은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하려면 반드시 교부한 가계약금을 포기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편무의 불공정계약인 것으로 취급케 되는 바, 이러한 형국는 당사자들의 해약금계약 체결 당시의 의사 · 구체적 타당성 · 공평 내지 형평의 원칙 등에 현저히 반한다.

5)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중 피고가 본 계약 체결을 명시적으로 거절하면서 원고에게 기 수령한 가계약금을 그대로 반환함에 더하여 200만원을 추가지급한 사정을 살피건대, 대상판결의 논지를 따르게 되면 위 추가지급된 200만원의 성격이 모호해지고, 이에 피고가 지급한 200만원은 (악의의 비채변제 등 이종의 법률상 주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법률상 원인이 없어 다시 매도인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가능해지는 바, 그것이 진정 해약금계약 체결 당시의 당사자 의사 및 이를 임의로 지급할 당시 피고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② 해약금을 위약금으로도 볼 경우의 법리적 정당성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해약금계약과 위약금계약은 그 성격이 다르고, 따라서 해약금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여 당연히 위약금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본전제로 한다.

위 기본전제는 단연 타당하다. 해약금은 계약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 시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위약금과는 적어도 그 주된 목적이 상이하고 관련 법률행위가 실현되는 모습이나 효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에 해약금 약정의 체결사실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이를 위약금으로 하는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이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11429 판결 등).

그런데 위 법리 및 그에 터 잡은 위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해약금을 일방 당사자의 각종의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언제든지 적용할 수 있는 손해배상금의 기준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그것이 부동산 매매 가계약 관계의 당사자들이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정한 의사에는 이를 어느 일방의 본 계약 체결 거절시를 대비한 위약금으로 정한 의사도 포함된 것이라는 논지에 반드시 장애가 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아울러, 해약금계약 및 그에 따른 해제권 행사에 관한 법률효과를 규율하는 민법 제565조의 문언 및 관련 조항의 체계를 살펴보면, 동조 소정의 해제권(즉 ‘해약금 해제권’)은 계약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의사나 귀책 등 여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의해제권의 일종인데, 해약금 해제를 당한 상대방은 계약체결 이전의 재산 상태에 비하여 해약금 상당액의 이익을 얻음과 동시에 계약이 해제된 결과에 순응하여야 할 뿐 해약금 해제로서 해약금을 초과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고(제2항, 제551조), 반대로 아무런 손해가 없거나 손해의 크기가 작더라도 해제한 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즉 민법은 해약금의 귀속으로써 해약금 해제를 당한 상대방의 손해가 전보된 것으로 보아 관련 손해의 유무나 크기에 관한 다툼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약금계약 관계에서 기 수수된 해약금에는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는 동시에 채무자의 채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한(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등) 민법 제398조 소정의 손해배상의 예정과 유사한 기능 역시 내재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해약금계약 체결 과정에서 해약금의 액수를 정하는 행위는 추후 해약금해제를 당한 일방의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금원을 정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이와 같다면,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정한 부동산 매매 가계약 관계에서 수수된 해약금에도 추후 일방의 해약금 해제 시를 대비한 손해배상금의 성질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고, 이때 어느 일방이 해약금 해제를 한 경우와, 해약금 해제에 의하지 않은 채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한 경우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의사로서 본 계약 체결 의무의 구속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경우인 바, 당사자들은 그 해약금으로 정한 액수를 어느 일방의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거절로서 본 계약 체결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손해배상금의 기준으로 정한 것으로 봄이, 사실적으로는 물론 법리적으로도 타당하다고 본다.

5. 결어

이에 필자는 부동산 매매 가계약 관계에서 수수된 가계약금이 해약금이었음을 인정했음에도 그 해약금을 본 계약 체결을 거절한 일방이 상대방에게 귀속시켜야 할 위약금으로 볼 수는 없다는 대상판결의 논지에 반대한다. 다만 대상판결에는 당사자 간 관련 문자메시지 문언 상의 의사합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로 이해되는 언급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법원이 판결이유에서 당사자 간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정한 해약금계약이 체결되었음을 분명히 확정한 이상 별도의 위약금계약 등 요식의 사정 부존재 여하에도 불구 가계약상 의무의 특성 · 해약금과 손해배상의 관계에 관한 제 문제 등과 함께 그것의 (일정한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당연한 위약금으로서의 성질을 면밀히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일반 부동산 매매에 있어 가계약금에 관한 분쟁은 다분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비교적 소액에 대한 다툼이기에 변호사인 소송대리인 간의 첨예한 법리다툼이 벌어질 기회가 많지 않고, 상고심까지 가는 사건도 드물어 관련 법리가 명확히 확립되지 못한 실정으로, 각급 법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결론을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바, 가계약 관련 법률관계의 법적안정성을 기하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활성화가 절실해 보인다.

끝으로 대상판결의 관련 논지는 변론주의에 따라 한정된 대상을 판단한 결과일터 (필자의 견해를 채택하더라도) 반드시 부당하거나 오류인 판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2021. 8. 4.

변호사 이승훈 작성

언론공개된 판결문에 대한 변호사 이승훈 평석 내지 개인적 소견입니다. 위 글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작성자의 허락 없이 복사 · 보관 · 게시 또는 유포할 수 없습니다. 위 글에 대한 의견 내지 평가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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