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 변호사가 경험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피고인으로 한 ‘사기’ 등 죄명의 형사사건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개괄적 구조를 가지고 있음
① 실제 범죄를 기획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이상 및 이하 ‘총책’)은 신용정보회사 채권추심원, 법률사무소의 외근직 사원 등을 구한다는 거짓 명목으로 구인공고를 내거나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직의사를 표시한 자(이하 피유인자)에게 채용의사를 표시함
② 총책은 위 채용의사에 응한 피유인자로부터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의 수단으로 신분증을 제출받고 채용여부를 검토한다는 등 모종의 비대면 채용절차로 유인하고 채용되었음을 고지함
③ 총책은 피해자에게는 금융 관계기관 공무원, 금융기관, 검사 등을 사칭하며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의 대출금을 현금을 상환해야 한다거나 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 사용하는 계좌를 조사해야 하니 예금된 현금을 인출하여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는 등의 거짓 명목으로 기망한 다음 자신이 고지한 일시 · 장소에서 자신이 보내는 사람을 만나 현금을 교부하라고 지시함
④ 그리고 총책은 피유인자에게는 자신이 기망한 피해자를 채무자, 의뢰인 등으로 칭한 다음 기 유인한 내용에 부합하는 채권추심, 수임료 수금 등을 하라는 명목으로 자신이 고지한 일시 · 장소에서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받아올 것을 지시함
⑤ 피유인자와 피해자는 위와 같이 각기 다른 명목으로 지시받은 대로 직접 만나 현금을 수수하고 피유인자는 총책이 지시하는 방법으로 그 현금을 다시 총책 측에게 전달함으로서 범죄가 종료됨
⑥ 그리고 피유인자는 위 총책이 범한 ‘사기’ 범죄를 실행한 주체라는 취지로 기소됨
2. 본 변호사는 이와 같은 구조가 드러난 형사사건의 경우, 위 피유인자에게 자신이 진정 피해자에게 보이스피싱 사기범죄를 실행한다는 내용의 범의가 있었더라면 그는 자신이 만날 피해자가 자신이 총책으로부터 들은 사정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기망 당한 채 범죄 피해금을 교부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총책 측과의 관계에서는 그 정을 알지 못한 사람인양 행세하며 여전히 거짓의 명목으로 유인되고 있는 것처럼 장단을 맞추어 준다는 인식으로 행위에 나아갔다는 점에서 사실상 양측을 모두 속인다는 다중 기망의 고의가 있었던 것이므로, 피유인자가 공판에서 범의를 부인하는 이상 검사는 위와 같은 다중의 고의의 존재사실, 즉 아래 도식에서 허위A 및 허위B가 모두 허위임을 알고 있음에도 행위B에 나아온 것임을 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는 입장임
3. 그런데 그간 다수 법원의 실무례를 살펴보면, 위와 같이 피유인자인 피고인을 처벌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특수한 인식의 속성과 내용에 대하여 진지하게 탐구하여 그 존부를 엄정히 심리하여 왔다기 보다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근절이라는 정책적 목적에 치우쳐 ‘이런 경우는 누구라도 자신이 행할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의심할 수 있었다’는 식의 사실상 ‘공지의 사실’ 개념을 암묵적으로 적용해 검사의 증명책임을 덜어주어 왔다고 사료됨
4. 그 결과 피고인이 위와 같은 구조의 피유인자임이 기록상 현저히 드러나고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총책에게 유인된 구체적 경위에 관한 실제의 사실은 거론하지 않은 채 피고인이 총책과 범죄를 공모했다거나 피해자들에게 거동 등으로써 기망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함이 관행처럼 되어있고, 피고인들은 그러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도리어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죄주장을 포기한 다음 선처를 구하기 위하여 자력을 소진해 피해자들과 합의하려는 풍조가 고착화 되었으며, 변호인들 역시 자신의 의뢰인에게 범의가 없었음을 공감하고 있음에도 양형 상 실익을 추구하여 위와 같은 대응방향을 권고하여 옴이 매뉴얼처럼 굳어져 왔음
5. 위와 같은 형국은 우리 헌법과 형사법 체계가 보장하는 피고인의 방어권이 사실적으로 제한된 모습에 해당하고, 피유인자로 하여금 형사상 불이익 여지를 매개로 해당 보이스피싱 범죄에 관한 최종적 배상책임마저 떠안게 함으로서 사실상 위 범죄의 최종적인 피해자가 될 것을 자처하라는 강제작용이라고도 사료되는바, 법조인인 본 변호사가 보건데 이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우리의 법치질서에 가하고 있는 가장 뼈아픈 폐해라고 생각됨
6. 다만, 최근 본 변호사가 수행한 사건을 비롯한 몇몇 동종 사안에서 각급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 당시 심리를 진지하게 고찰하여 그 범의를 부정한 사례들이 있는바, 우선 그와 같은 일부 법원의 전향적이고도 원칙에 입각한 결단에 경의를 표하는 바임
7. 그럼에도 피유인자의 행위를 죄형법정주의와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부합하도록 의율하고 나아가 정책적으로 이를 근절할 필요가 상당함은 분명한바, 이에 제언컨대, 총책에게 위와 같은 구조로 유인되었음이 분명한 현금수거책 사안에 대하여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총책이 범한 실제 범죄에 해당하는 죄명(이를테면 사기)으로 무작정 기소 · 처벌하는 방식을 무리하게 고집하기 보다는, 어떠한 연유이던 업무지시를 받아 생면부지의 타인으로부터 현금을 수거하는 행위가 있다면 이를 사전에 감독할 수 있는 행정작용의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 외의 현금수거 행위를 범죄로 상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임. 구체적으로는 현금수거 내지 추심사무 종사자의 채용 시 필요적 대면절차, 관련 채용담당자의 신원 기록화, 현금수거 내지 추심사무 종사자 신고제 등을 각 규정하고 각 위반 시의 벌칙조항을 둔 법률을 마련하는 방법을 들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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